-/연애의 습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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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습작 2016. 12. 19. 20:44

연애의 습작 7

106. 오빠는 '쉬는' 것이라고 했고 나는 그 표현에 매달렸다. 한참의, 아주 한참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나는 우리가 '헤어진' 관계라는 것을 인정할 수 있었다. 놀랍게도 담담했다. 그것을 인정하기까지 걸렸던 시간들이 사실은, 변화의 과정이 아니라 이별의 과정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107. 적어도 '헤어졌다'는 선언이 있고 나서야 끝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음 번에 만날 때는 그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의외로 이제 우리는 그런 선언조차 필요하지 않은 사이인지도 몰라. 정확히는, 나는 여전히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오빠는 어쩌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108. 지난 번에 선물하겠다고 약속한 가방이 있었다. 오빠의 생일이 있었던 여름 즈음이었는데, 미루고 미루다 여기까지 왔다. 그래도 올해가 가기 전에는 마지막 선물을 하고 싶어서 찾아봤는데 얼마 전인지, 한참 전인지 단종되었더라. 새로 나온 라인은 훨씬 세련됐지만 마음에 썩 차지는 않는다. 이게 뭐라고 미뤘지, 그냥 그 때 선물해버렸을것을. 
        어떻게든 선물은 전달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아마 그것마저도 못 하게 될 것 같다. (하지만 그럴 수 있었으면)

109. 우리의 관계에 대해 - 이별이라는 말은 여전히 쓰기 어렵다 - 어떤 부분에서 나는 죄책감을 느낀다. 하지만 미안해하지 않을거야. 한편 어떤 부분에서는 오빠가 야속하다. 하지만 오빠의 책임으로 돌리지 않을거야. 어느 만화에서의 말마따나, 사랑은 모든 것을 초월할 수 있다는 다소 상투적인 말은 인간의 삶이 영위하는 다양성 앞에서는 무용해지고 만다. 그것은 내가 이 관계를 정리하면서 붙들 수 있는 몇 가지 위안 중 하나다.  

110. 더 많은 말이 필요할 줄 알았는데, 더 많은 말을 준비했는데, 더 이상 쓸 수가 없다.

111. 만 사 년이 조금 더 됐거나 조금 덜 된 시간이었다. 나를 많이 바꿔놓은 시간이었다. 많이 배웠고, 많이 행복했다. 몇 개의 이름과 몇 개의 기억들을 오빠의 몫으로 남겨둔다. 

(~2016-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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